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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확인되지 않은 미인증 제품, 문제 삼을 수 없는 사회가 되는가

이기환 뉴스야 발행인

최근 대법원이 공공공사 자재의 인증 여부를 둘러싼 정정보도 소송에서 언론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개별 분쟁의 결론을 넘어, 정부 인증제도의 실효성과 공공자재 검증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사건은 평택시 상수도관 공사에 사용된 자재가 정부 인증을 받은 정품인지 여부를 문제 삼은 보도에서 비롯됐다.

 

평택시는 정품 자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했다. 문제는 판결의 결론보다 판단 과정에서 무엇이 다뤄지지 않았는가에 있다.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는 납품된 상수도관에 인증번호가 제품 자체에 명확히 표기돼 있지 않고, 표기된 인증번호 역시 공식 인증기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업계 관행과 기술 사용 구조 등을 들어 사실확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장검증이나 추가적인 사실확인 절차 없이, 이러한 사정들이 보도의 진실성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인증 여부 자체에 대한 실질적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는 상고심의 기능과 한계를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다만 그로 인해 공공자재 인증에 대한 실체적 의문은 법적 판단의 영역 밖에 남게 됐다.

 

이번 판결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만약 공공공사에 사용된 자재의 인증번호가 현장에서 즉시 확인되지 않거나, 사후적으로 검증이 곤란한 상황이라면, 이를 문제 제기하는 것 자체가 허위로 판단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 인증제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최소한의 신뢰 장치다.

 

특히 상수도관과 같은 기반시설 자재는 "인증을 받았는가"보다 "언제든 확인 가능한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확인되지 않는 인증은,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이 특정 자재가 적법했는지 여부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의 문제 제기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판결을 곧바로 "인증 확인이 불필요하다"거나 "표시가 불명확해도 문제없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공공공사 자재에 대해 ▶인증번호 표기 기준은 충분히 명확한지 ▶현장에서 시민과 언론이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인지 ▶문제가 제기됐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검증 책임을 지는지를 제도적으로 점검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이 곧 제도의 완결성이나 행정의 무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확인되지 않는 인증이 반복되는 구조라면, 언젠가는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 영역일수록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보다 "문제가 없음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 판결 이후에도 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